글로벌경제와 미-중 관계
소련이 무너진 뒤로 세계는 글로벌 경제질서 아래 놓이게 됐다. 이 체제는 유일 초강국인 미국의 필요에 따라, 미국 주도로 추진된 세계질서다. 미국은 세계로 하여금 ‘자유화, 개방화, 민영화, 작은 정부’를 뼈대로 하는 신자유주의 이념에 따르게 함으로써, 자신의 패권을 다지고자 했다. 미국이 가장 주목한 나라는 중국이었는데, 글로벌 질서 아래서는 중국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 후 나타난 현실은 미국의 애초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질서 아래서 미국도 상당한 이득을 보고는 있으나, 미국보다는 오히려 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 등 나라,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이 가장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
헨리 키신저가 지적한 바와 같이, 원래 미국의 정치인, 특히 공화당 인사들은 중국을 소련과 거의 같은 나라로 봐 왔다. 부시는 대통령 취임에 즈음하여, 중국을 종래의 ‘전략적 동반자’가 아니라 ‘전략적 경쟁자’라고 규정함으로써 거의 적성국으로 간주한다는 사실을 분명히했다. 민주당의 대중관념은 이보다는 부드럽지만, 역시 오십보 백보일 뿐, 우호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 후 이라크 전쟁의 차질, 대북한 관계에 나타난 북-중 관계 경화, 그리고 중국의 대미 유화노선 등으로 미국의 대중감정은 상당히 호전됐다. 하지만, 중국의 대미 경상수지 흑자 누적,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고도성장 등은 미국 정치인의 대중 경계심과 라이벌 의식을 자극하여, 정가의 대중시각의 호전을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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