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렸다. 걷기가 서투른 나는 평소보다 일찍 어머니와 함께 집을 나왔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빗물에 미끄러져 다칠세라 그 날도 나를 업고 통학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가 주셨다. 그날은 어머니 등이 왠지 더 커 보이고 편안했다. 나는 어머니의 등 뒤에서 한 손으로는 우산을, 또 한 손으로는 어머니의 목을 잡고 어머니가 비에 맞으실까 봐 우산을 앞으로 기울이곤 하였다. 그 때마다 어머니께서는 앞이 안 보인다 하시며 자꾸만 우산을 뒤로 젖히라고 하셨다. 덕분에 나는 비 한 방울 맞지 않았지만, 어느 새 어머니의 얼굴엔 빗물이 턱 밑까지 흘러 있었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어머니의 등에 얼굴을 댔다. 그리고 왜 이런 비를 내려 우리 엄마를 더 힘들게 하시는 거냐고 하느님을 원망(怨望)도 해 보았다.
그 날도 그렇게 어머니의 힘겨운 ( ㉠ )으로 나는 편안히 통학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그러나 수업이 끝날 때까지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통학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먼저 내리는 친구들을 보니, 모두 어머니들이 미리 우산을 들고 나와 계셨다. 우리 어머니께서 지금쯤 날 마중하러 정류장에 나와 계실 것이라는 생각에 버스가 빨리 도착하기만을 바라며 나는 창 밖의 거리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