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내가 태어난 갈재의 깊은 산촌에는 예로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 몫으로 나무를 심는 풍속이 있었다.
딸을 낳으면 그 딸아이의 몫으로 논두렁에 오동나무 몇 그루를 심고, 아들을 낳으면 선산에 그 아들 몫으로 소나무나 잣나무를 심었다. 이렇게 탄생과 더불어 심은 나무가 그 아이에게 있어 내나무인 것이다.
(나) 딸이 성장하여 시집갈 나이가 되고 혼례 치를 날을 받으면 십수 년간 자란 이 내나무를 잘라 농짝이나 반닫이 등의 가구를 만들어 주었다. 아들의 경우 내나무는 나무의 주인이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자라게 둔다. 60년 안팎 자란 내나무는 우람한 관목이 되게 마련이다. 이 내나무는 주인의 관을 짜는데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