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이어 놀라고 의아해하는 허준에게 앞자리의 ㉠촌로(村老)가 일동을 대신해 울먹이는 것이었다.
“들으니 돈을 안 받고 병을 고쳐주시는 의원이라 하시니 저희들 불쌍한 것들의 병도 보아주십시오.”
모두 땟국에 전, 그리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가난뱅이들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허준은 멍하니 그 자리에서 못박혀 서고 말았다.
이 양반들은 곧 과거 보고자 한양 갈 길이 바쁜 사람이라고 농부 부부가 허준을 대신하여 언성(言聲)을 높였으나, 방에서 허준이 병자에게 한 얘기들을 남김없이 훔쳐 들은 그들은 허준에게 시선을 박은 채 길을 비킬 눈치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