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허준은 마음 속으로‘ 사흘 반 사흘 반 ’ 하고 되뇌고 있었다. 고칠 수 있고 없고는 둘째 문제다. 병이 들었음에도, 그리고 그 병을 다스릴 수 있는 약재가 산비탈과 들판에 질펀히 널려 있는데도 그게 약인지도 몰라 생으로 앓고 있는 사람들, 허준의 눈이 그 사람들의 숫자를 세고 있었다. 삼십여 명이 넘는 숫자였고 약초나 일러 주는 외 일일이 매만지고 지켜봐야 할 중증에 속하는 병자가 6, 7 명. 그 참담한 눈망울들을 도저히 이대로 뿌리치고 갈 순 없다 싶었다.
그러나 사흘 반 앞으로 다가온 과거 날짜에 이백 육십 리의 갈 길이 남아 있는 것이다.
‘뿌리치고 가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