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 9월 보름께가 되자, 달빛이 밝게 비치고 맑은 바람이 쓸쓸하게 불어와 사람의 마음을 울적하게 하였다. 길동은 서당에서 글을 읽다가 문득 책상을 밀치고 탄식하기를,
“대장부가 세상에 나서 공맹(孔孟)을 본받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병법(兵法)이라도 익혀 대장인(大將印)을 허리춤에 비스듬히 차고 동정서벌(東征西伐)하여 나라에 큰 공을 세우고 이름을 오래도록 빛내는 것이 장부의 통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나는 어찌하여 이 한 몸 적막(寂寞)하여, 아버지와 형이 있는데도 아버지를 ‘아버지’ 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 이라고 부르지 못하니 심장이 터질지라.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하고 뜰에 내려와 검술을 익히고 있었다.
그 때 마침 공이 또한 달빛을 구경하다가, 길동이 서성거리는 것을 보고 즉시 불러 물었다.
“너는 무슨 흥이 있어서 밤이 깊도록 잠을 자지 않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