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20대 젊은 시절의 얘기이다.
(나) 이 절망의 심연에서, 나는 내가 믿는 신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그 때까지 내가 믿었던 신의 얼굴이 내게서 허무하게 사라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순사들은, 충칭에 임시 정부가 있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나를 그들과 내통하고 있다는 혐의로 취조하는 것이다. 하루는 수사관이 새벽 두 시쯤 나를 불러내었다. 그리고 아내와 갓 태어난 아이 얘기를 꺼내며 나에게, 독립 운동자가 아니라면 성전(聖戰) 완수에 협력하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민중 계몽에 나서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내 눈에는 추방당한 신의 모습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