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아저씨께
아저씨, 저는 현재 ○○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입 니다. 저는 별로 말이 없고, 또 모든 일에 소극적인 편입니다. 운동도 잘 못 하고 공부도 그렇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한심한 아이라고 할 수 있 지요.
이런 제가 한 여학생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참 웃기는 일이지요? 더구나 그 여학생은 공부도 잘 하고 운동 도 잘합니다.
저는 등교하는 길에 가끔씩 그 여학생을 봅니다. 그러 면 제 마음은 마구 뜁니다. 점점 더 그 여학생이 좋아 집니다. 그렇지만 그 여학생을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 질수록 저는 말할 수 없는 열등감과 슬픔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저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ꡐ이 바보 ! 넌 잘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잖아? 그 런 네가 감히 그 여학생을 좋아해? 웃기지 마.ꡑ
이렇게 제 자신을 나무라고, 또 그 여학생에 대한 생 각을 지우려 애써 보기도 하지만, 그 여학생에 대한 제 감정이 쉽게 정리되질 않습니다.
(나) 막 걸음을 옮기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우산을 들어 비를 막아 주었다. 나는 그 고마운 분께 인사를 하려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너무나 뜻밖이었다. 거기엔 어머니가 서 계셨던 것이다.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괴어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어머니만 올려다보며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날 나는, 어머니의 따뜻한 눈물과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뿌듯함 때문에 마냥 행복(幸福)하였다.
(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네 식탁엔 점차 국물이 사라지고 있다. 걸어가면서 아침을 먹고, 차에 흔들리면서 점심을 먹어야 하는 바쁜 사람들이 많이 생겨서인가? 아니면, 개척 시대 미국 이주민의 생활(生活)이 부러워 그것을 흉내내고 싶어서인가? 즉석 요리, 인스턴트 식품이 판을 치고 있는 세상이다. (중간 생략)
기다릴 줄을 모르고, 자기 욕심 자기 주장이 통할 때 까지 고집을 피워 대는 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혹시 그런 성격이 서구화(西歐化)된 식탁 문화에서 빚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