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아직 멀었다. 내가 가르친 기술로는 경비가 삼엄한 성에도 쉽게 들어갈 수 있고, 숨겨 둔 보물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한번 일이 잘못되는 날에는 영락없이 곤란한 처지에 빠지고 말 것이다. 궁지에 몰리더라도 임기응변(臨機應變)으로 그것을 벗어나려면 스스로 터득한 지혜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너에게 멀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의 말에 수긍하지 않았다.
(나) 후에 아들은 정말 세상에서 겨룰 사람이 없는 도둑이 되었다. 도둑질이란 세상에서 지극히 천하고 악한 기술이지만, 그것도 스스로 터득한 다음에야 비로소 세상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물며 학문(學問)의 길에 있어서야 더 말해서 무엇하겠느냐?
아들아, 네 처지가 이와 비슷하니, 곳간에 갇히고 쫓기는 것과 같은 어려움에 처하게 되더라도 그 가운데서 스스로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소홀히 생각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