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인간이 의사 소통을 함에 있어 전혀 후각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해서 그렇지 인간도 알게 모르게 후각에 많은 것을 의존한다. 그렇지 않다면 향수 회사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후각 이용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이다. 이에 비하여 절대 다수의 동물들은 후각을 의사 소통의 주된 수단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동네 개들은 길에서 마주치면 서로 냄새를 맡으며 상대의 신분(身分)을 확인한다. 말로 자기 소개를 하거나 명함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확인하는 우리들과는 매우 다르다.
(나) 개미가 사용하는 화학 언어는 어떤 점에서 보면 우리 인간의 음성 언어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다. 잎꾼개미의 냄샛길 페로몬은 독침샘에서 분비되며, 화학적으로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화학 물질은 매우 민감하여 1mg만으로도 지구를 세 바퀴 반이나 돌 만큼 긴 냄샛길을 만들 수 있다. 또, 냄샛길 페로몬은 휘발성이 매우 강한데, 그 또한 경제적이다. 먹이를 다 거둬들이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냄샛길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그만큼 많은 일개미들이 아직도 먹이가 남아 있는 줄 알고 헛걸음질을 할 것이 아닌가?
(다) 베짜기 개미들은 여럿이 힘을 합해 한 나뭇가지에 달려 있는 여러 잎들을 끌어당긴 뒤, 애벌레들이 분비하는 명주실을 사용하여 바느질하듯 잎들을 엮어 집을 만든다. 이처럼 미성년자들까지 동원한 조직적인 협동 사회를 유지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고도로 발달한 화학 언어이다. 개미들은 터의 경계, 먹이 장소, 침입자의 위치 등을 불과 몇 가지의 간단한 화학 낱말들을 가지고 전달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적절히 조합하여 더 복잡한 내용의 문구를 만들기도 한다. 페로몬을 사용하는 이와 같은 개미의 의사 소통도 우리 인간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던 언어의 기본적인 구조를 갖춘 하나의 엄연한 의사 소통의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