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운동장이 끝나는 곳에 펼쳐진, 강물의 색깔은 볼 때마다 다르다. 지금은 녹색 비단을 잘 다려 펼쳐 놓은 것 같다. 바람이 이는지 물빛이 찬란하게 반짝인다. 저렇게 작은 물빛들이 모여서 저렇게 크고 아름다운 강이 된다. 그 강물 위로 하얀 학들이 천천히 날아간다. 너무 천천히 날아가기 때문에 그 자리에 가만히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날은 학들이 서른 마리도 더 넘게 떼를 지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아이들과 고함을 지른 적도 있고, 어느 날은 학이 열 마리쯤 공중에서 춤을 추는 것을 오래오래 본 적도 있다. 아무것도 걸릴 것이 없는 허공에서 하얀 학들이 그렇게 부드럽게 날며 춤을 추는 것을 나는 처음 보았다. 참으로 아름답고 신비로운 춤이었다. 좋다. 나는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산이며 물이며 나무와 새와 다람쥐를, 창우와 다희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나) 다희를 보면 나는 가슴이 아프다. 다희는 올 봄에 서울에서 시골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귀농을 했다지만 도시에서 살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 이 있었을 것이다. 뽀얗던 다희가 까맣게 타서 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다희네 가족의 어려움이 내 가슴에까지 잔잔하게 밀려오기도 한다.
(다) 그러던 어느 날, 창우가 학교에 볼일이 있는 엄마를 따라왔다. 우리들은 너무나 반가웠다. 아이들이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창우를 불렀고, 나도 너무나 반가워 “창우야, 이리 와. 창우야, 나는 니가 보고 싶었는디 너는 내가 보고 싶지 않대?” 그랬더니 창우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퉁명스럽게 “나도 선생님이 보고 싶었어요.” 하기에, 나는 창우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학교 바로 뒤에 있는 다희네 집으로 전화를 걸어 다희를 불렀다. 다희는 금방 헐레벌떡 달려왔다. 둘은 금세 옛날처럼 다정하게 손을 잡고 그 날 하루를 학교에서 지냈다. 언니, 오빠들이 그 둘을 볼 때마다 “㉠알나리깔나리.” 놀려 댔지만 그 둘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혼자 즐거웠다.
1. zb위 글 (다)의 밑줄 친 ㉠에 담긴 감정으로 가장 올바른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