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일레인은 수 년 전에, 내가 가르치는 한국어 과정에서 한국말을 배운 캐나다 여성이다. 나는 그 때도 지금처럼 일 주일에 한 번씩 워털루 대학에 출강해서 한국계 학생과 비한국계 학생이 반반 정도 섞여 있는 학급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일레인이 처음 나한테 전화를 걸어 온 것은 신학기를 몇 주 앞둔 때가 아닌가 한다.
(나) 일레인과 그의 남편 사이에는 자식이 없어서 한국에서 아들을 입양해 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아들 에릭은 생후 5개월 되던 해에 한국의 생모를 떠나서 이 먼 캐나다로 와서 일레인 부부의 아들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에릭이 일곱 살이 되면서 여러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생겼는데, 그 중의 하나가 그의 뿌리를 찾아 주어야겠다는 것이다. 에릭 역시 이 곳에서 자라는 한국계 어린아이들의 경우처럼 학교에서 가끔 중국인이라고 놀림을 받는데, 집에 돌아와 그 이야기를 하고 속상해하면, 일레인은 중국 사람이 아니고 한국 사람이라고 대꾸하라고 일러 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