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廣場)
최인훈(崔仁勳)
<전략> 이것이 돌아갈 수 없는 정말 까닭이었다. 그렇다면? 남녘을 택할 것인가? 명준의 눈에는, 남한이란 키에르케고르 선생식으로 말하면, 실존하지 않는 사람들의 광장 아닌 광장이었다.
미친 믿음이 무섭다면, 숫제 믿음조차 없는 것은 허망하다. 다만 좋은 데가 있다면, 그 곳에는, 타락할 수 있는 자유와, 게으를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정말 그 곳은 자유 마을이었다. 오늘날 코뮤니즘이 인기 없는 것은, 눈에 보이는, 한 마디로 가리킬 수 있는 투쟁의 상대― 적(敵)을 인민에게 가리켜 줄 수 없게 된 탓이다. 마르크스가 살던 때에는 그렇게 뚜렷하던 인민의 적이 오늘날에는, 원자 탐지기의 바늘도 갈팡질팡할 만큼 아리숭하기만 하다. 가난과 악의 왕초들을 찾기 위하여, 나누어지고 얽히고 설킨 사회 조직의 미궁(迷宮) 속을 헤매다가, 불쌍한 인민은, 그만 팽개쳐 버리고, 예대로의 팔자풀이집 동양 철학관으로 달려가서 한 해 토정비결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