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규장전(李生窺墻傳)
김시습(金時習)
송도(松都)에 이(李)씨 성을 가진 서생이 낙타교(駱駝橋) 앞에 살고 있었다. 나이는 열여덟인데 얼굴은 말쑥하며 재주가 뛰어났었다. 일찍부터 국학(國學)에 다녔는데 길을 가면서도 글을 읽었다.
그 때 선죽리(善竹里) 귀족집에 최(崔)씨 처녀가 살고 있었다. 나이 열대여섯쯤 되었는데 맵시는 아리땁고 자수에 능하며 시부(詩賦)에도 뛰어났었다.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그들을 칭찬했다.
풍류 재자 이 수재(秀才)야, 반달 같은 최 처녀야.
너희 재주 너희 얼굴, 한 번 보면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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