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은 동아시아 특히, 대륙의 정세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것은 명의 쇠퇴와 여진의 강성으로 요약될 수 있었다. 조선과 명이 전쟁에 몰두하는 사이에 북방의 여진족이 급성장하여 중원을 넘보았던 것이다. 다급해진 명은 조선에 원병을 요청하였다.

  광해군대의 북인정권은 명분과 실리를 놓고 고심하였다. 임진왜란 때 도움을 준 명에 대한 의리도 지켜야 하지만, 그렇다고 신흥 강국인 후금과의 적대 관계도 현명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광해군은 명의 요구대로 군대를 파견하면서도, 전투 상황을 보아 강한 쪽에 투항하라는 비밀 명령을 내려, 후금에 투항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광해군대의 중립 외교의 결과로, 조선은 국제전에 휘말리지 않고 전후 복구에 몰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