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판 `고난의 행군`
북한이 핵실험 사태 이후 "고난의 행군"을 들먹이고 나섰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던 1995~98년 사이의 기근을 가리켜 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이라고 하는데, 한반도에서 또다시 그런 굶주림 사태가 벌어진다는 말인가.
'고난의 행군'은 원래 1930년대 말 김일성이 주도했던 항일투쟁 과정에서 굶주림과 병마를 무릅썼던 100여 일의 행군에서 유래한 말이다.
최근 다시 고난의 행군을 운운하는 걸 보면 결코 심상찮다. 외세에 항복을 하느니 차라리 백성 모두가 굶어 죽는 길을 택하겠다는 식이다. 따지고 보면 '고난의 행군'이라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말이다. 사람들이 먹거리가 없어 사방에서 굶어 죽어가는 판에 행군은 무슨 얼어 죽을 행군이라는 건가.
이런 북한을 도저히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 할 순 없다. 미국은 깡패집단이라 했는데, 이 또한 번지수가 틀린 비유다. 어떤 깡패 두목이 자기 조직의 똘마니들이 굶어 죽도록 내버려 두는가. 남을 두들겨 패고 협박을 해서라도 제 식구들은 배불리 먹이는 게 깡패사회다. 더구나 잘 구슬리고 타이르면 말도 통하는 법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북한은 결코 깡패집단이 아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북한 정권과 군부는 한마디로 사람을 홀리고 세상을 기만하는 사교(邪敎)집단이라 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사이비 종교집단이 핵실험의 총지휘자요, 스스로 제2, 제3의 국민적 '단식 항거'를 선언하고 나서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