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대관령 아래 산촌(山村)에서 자라 강릉 시내의 중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 내 키는 반에서 둘째로 작았다. 그러나 꿈만은 야무져서 어떤 식으로든 선생님이나 급우들한테 내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애썼다. '키가 작고, 시골에서 왔다고 만만히 보지 마라.' 하는 생각으로 뭔가 크게 한번 잘난 척을 해 보고 싶은데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는 것이었다.
-> 중학교 1학년 때의 일 회상
[2] 그러던 어느 날, 국어 시간에 드디어 그 기회가 왔다. 옛날 교육과 요즘 교육의 차이점을 설명하시던 선생님께서 우리를 향해 물으셨다.
"그런데 이 반에는 문교부 장관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있나?"
솔직히 어른이 된 지금도 그것을 모르고 살 때가 많은데, 이제 갓 중학교에 들어간 놈들이 그걸 알 턱이 없었다. 모두들 꿀먹은 벙어리처럼 선생님의 얼굴만 쳐다보자, 선생님이 국어책을 이리저리 살피며 혼잣소리로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너희들이 배우는 책엔 장관 이름이 안 나오나?"
-> 국어 선생님이 문교부 장관의 이름을 물음
[3] 저 혼자만 약고 똑똑한 줄 알았던 나는 그 말을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던지시는 힌트로 알아듣고는 선생님을 따라 국어책의 맨 뒷장을 펼쳐 보았다. 펴낸이만 '문교부'로 나와 있을 뿐, 장관의 이름은 나와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책엔 혹시?" 하는 마음으로 나는 얼른 가방 속을 뒤져 다른 책을 꺼냈다. 그 책은 다음 시간에 배울 과학책이었는데, 거기에 바로 장관 이름이 나와 있는 것이었다. 겉장 제일 꼭대기 오른쪽에 '문교부 장관 검정필' 하고.
'검'씨라는 성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당장 우리 반에도 '감'씨와 '견'씨 성을 가진 아이가 있는데 '검'씨라는 성은 또 왜 없으랴 싶었다. 나는 기운차게 손을 들고 대답했다.
"네. 우리 나라 문교부 장관의 이름은 검정필입니다."
"검정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