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야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실내복으로 갈아입었다. 목요일, 심신 장애인 시설에서 자원 봉사자로 일하는 날은 몸이 젖은 솜처럼 무겁고 피곤하다. 그래도 뇌성마비나 선천적 기능 장애로 사지가 뒤틀리고 정신마저 온전치 못한 아이들을 씻기고 함께 놀이를 하고 휠체어를 밀어 산책을 시키는 등 시중을 들다 보면, 나를 요구하는 곳에서 시간과 힘을 내어 일한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중간 부분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