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동 23통 5반 사람들은 겨울 들어 아주 난처한 일이 하나 생겼다.
일의 시작은 지난 연말부터 였다. 원미동 에는 유선방송 이라는 게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하였다. 그럭저럭 겨울이 깊어가던 때 동네
사람들은 행복사진관 엄씨의 연애사건으로 수근수근 입을 맞추었다.
이때를 맞추기나 한 듯이 일이 시작 되었다. 연탄만을 취급 하면서
원미동 23통의 쌀과 연탄을 도맡아 하던 경호아버지가 옆 칸을 헐어
가게를 확장 하고 온갖 생활필수품으로 진열대를 메운 것이다.
또한 그 폼이 거창해서 동네사람들이 놀랐다. 왜나 하면 모처럼 보게
되는 사업 확장이기 때문이다. 경호 아버지는 성품 또한 모난데 없어서 개업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서 물건도 사고 격려도 해주었다.
개업 며칠 후 여자들 사이에 김포슈퍼가 가격도 싸고 질도 좋다는
소문이 들었다. 그 무렵 형제슈퍼에는 과일, 야채, 등 생활필수품만
취급하던 가게에서 쌀, 연탄 까지 파는 가게로 변신해 있었다.
그때부터 여자들은 난처해지기 시작하였다. 두 가게가 서로 이웃이라
어디로 물건을 사러 가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가게가
가격 경쟁을 벌여 서로 더 싸게 팔려고 야단이자 더 싼 가게로 몰려가는 이해타산적인 모습을 보인다. 두 가게의 경쟁이 물이 오를 때쯤 ‘싱싱 청과물’ 이라는 새로운 경쟁업체가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