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지성과 담론의 공간이다 / 이명원
“대학은 사회비판담론의 산실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비판과 저항, 그리고 대안담론을 담는 창조적 공간이다.” 정년퇴임 고별강연에서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가 한 말이다. 내게 이 말은 대단히 울림이 컸지만, 오늘의 한국대학이 처해 있는 일반적인 상황을 지켜보고, 또 분규대학의 한 교수로서 파행적인 대학현실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안타까움만이 증폭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저 대학이란 무엇인가.
대학의 기원은 교육을 위한 조합의 형식으로 나타났다. 학생 조합(universitas) 중심의 대학은 주로 이탈리아와 남유럽에서, 교수조합(collegia) 중심의 대학은 알프스 북부 지역에서 나타났다. 이탈리아의 볼로냐 대학은 학생조합이 중심이 된 대학이었고, 신학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파리대학은 교수조합 중심의 대학이었다.
이렇게 태동한 대학들은 중세의 교권적 질서는 물론, 세속적인 봉건적 권력 모두에 대항하면서 대학의 자치권을 수호하기 위한 기나긴 투쟁을 전개했다. 때문에 대학은 어떠한 세속 권력이나 교회 권력도 침범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한 권위의 공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한 시대의 지배적인 통념 모두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비판할 수 있는 비판적 대안담론의 생성장소였다. 그것이 대학의 존재근거이자 실질적인 기능이었고 또 이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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