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인간 세계에서는 한정되고 편협한 자신의 가치관만으로 좋고 나쁨을 구별하기 일쑤이다. 그 편협한 가치관을 식물에 대해 강요한 것이 바로 작물이다. 사람들은 보다 수확량이 많고 맛있어야 한다는 등의 기준 아래 월등한 것만을 선별하여, 그 형질이 가능한 한 균일하게 되도록 인위적인 선택을 계속해 왔다. 그 결과, 인위적으로 선발된 이 작물은 생산 관리의 효율성과 높은 산출량을 자랑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제한된 기준에 의해 선발된 이 개성 약한 붕어빵 집단은 예상치 못한 환경 변화에 극단적으로 약하다. 예를 들어 어떤 병에 약한 약점이 있으면 모두 눈 깜짝할 사이에 전멸하는 일이 벌어진다.
1840년 아일랜드에서는 갑자기 감자에 돌림병이 퍼져 기록적인 기근이 발생했다. 2백만 명 이상이 굶어 죽었고, 국외로 탈출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 신대륙 아메리카로 이주하는 사람도 급증했는데, 나중에 이들이 미국이 번영하는 데 한 몫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감자 하나가 역사를 바꾼 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기근의 원인은 자명하다. 아일랜드에서는 한 가지 품종의 감자만을 전국적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한 가지 병에 대해 모든 감자가 한꺼번에 해를 입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다양성이 존재하는 잡초의 집단에서는 앞서 본 감자의 경우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잡초는 같은 종자라 해도 크기, 무게, 형질이 획일적이지 않고 천차만별이어서 어떤 환경의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잡초는 환경의 위험스러운 변화를 오히려 번식의 계기로 삼기도 한다. 이 경우 땅속으로 줄기를 뻗는 땅속줄기라는 기관이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흔히 땅 위에 있는 것이 줄기이고, 땅 속에 있는 것은 뿌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번성하면 몹시 성가신 잡초의 대표격인 향부자는, 땅속으로 줄기를 뻗어가면서 계속 싹을 틔운다. 정원 나무에 휘감기는 덩굴성 잡초나 땅으로 줄기를 이어가면서 퍼지는 잡초들은 제초 작업에 의해 줄기가 절단된다 해도 재생할 수 있다. 밭을 갈면 갈기갈기 찢겨나가지만, 그 절단된 하나 하나가 모두 재생된다. 결국 제초작업이나 경작이 잡초를 번성하게 만드는 꼴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잡초들은 땅속줄기가 찢어지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다. 무섭게 돌아가는 트랙터의 하단 회전 부분에 땅속줄기를 얽히게 해서 이 밭에서 저 밭으로 교묘하게 분포를 넓혀 가는 것도 잡초의 탁월한 생존 전략 중 하나다. 이렇게 밭에서 자라는 잡초는 경작이라는 엄청난 역경을 극복하고, 게다가 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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