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제시문 가】
2000년 유엔 총회에서 각국의 정상들은 자국의 안전과 번영에 대한 책임과 함께 지구적 수준에서 인간의 존엄과 평등에 대한 집단적 책임을 천명하는 ‘천년선언(Millennium Declaration)’을 채택하고, 절대 빈곤의 퇴치, 아동과 여성의 권리 신장 등 구체적인 ‘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수립하였다. 5년 후인 2005년 유엔 정상 회담에서 말끔하게 차려입은 각국의 정상들은 ‘천년개발목표’, 특히 세계의 빈곤 퇴치를 위한 자신들의 노력을 홍보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들의 빈곤 퇴치 노력은 절망적인 수준이었고, 이 회의는 역사상 유례없는 위선의 장이었다. 이 회의 직전 발표된 유엔개발계획의 2005년 보고서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전 세계 26억 명에게 십 년 동안 안전한 식수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70억 달러의 지원을 꺼리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이 돈이면 매일 4천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데, 이는 유럽인들이 향수에 쓰는 비용이나 미국인들이 성형 수술에 쓰는 비용보다 적은 것이다. 또한 이 보고서는 에이즈가 매년 3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으며 중세의 흑사병처럼 많은 국가들을 초토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전 세계가 1년 동안 에이즈 치료에 쓰는 비용은 세계 군비의 3일치에 불과하다.
문제의 본질은 도덕적인 국제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이자 페미니스트인 수잔 손탁은 현대인들이 신중하고 진지한 자세가 요구되는 문제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고, 또 어떤 이들은 동정적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의 전직 외교관 마이클 바넷은 그의 저서에서 공동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유엔 증후군’이라고 명명하였다. 유엔은 사실 이기주의자들의 모임에 불과하다. 회원국들이 자국만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타국의 이익을 방해하기 위해 유엔을 이용하는 한, 유엔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