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간이 없나이다. 저는 본래 하늘의 정기를 타고 태어난 까닭에 아침이면 옥 같은 이슬을 받아 마시며 밤낮으로 향기로운 풀을 뜯어 먹고 사옵니다. 제 간이 영약(靈藥)이 되는 것은 그런 까닭입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은 저를 만날 때마다 간을 달라고 심히 보채지요. 저는 이런 간절한 부탁을 매번 거절하기 어려워 간을 염통과 함께 꺼내 맑은 계곡물에 여러 번 씻어 높은 산, 깊은 바위틈에 감춰 두고 다닌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별주부를 만나 여기에 따라온 것이니, 만일 용왕님의 병환이 이러한 줄 알았던들 어찌 가져오지 아니하였겠나이까?”
하며, 도리어 자라를 꾸짖었다.
(다) 그 때, 한 신하가 문득 앞으로 나와 아뢰었다.
“신이 듣사오니 토끼는 본디 간사한 짐승이라 하옵니다. 바라옵건대 토끼의 간사한 말을 곧이듣지 마시고 바삐 간을 내어 옥체를 보존하옵소서.”
모두 바라보니, 간언(諫言)을 잘 하는 자가사리였다. 하지만 토끼의 말을 곧이듣게 된 용왕은 기꺼워하지 않으며 말하였다.
(라) 용왕이 다시 토끼에게 말하였다.
“과인은 수궁에 거하고 그대는 산중에 살아 물과 땅으로 나뉘어 있더니,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됨은 참으로 기이한 인연이라. 그대가 과인을 위하여 간을 가져온다면, 과인이 어찌 그대의 두터운 은혜를 저버리리오? 후하게 보답할 뿐만 아니라 마땅